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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넷>으로 본 시간의 역행, 시간, 엔트로피

by 아토에듀 2025. 5. 12.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테넷>은 ‘시간 역행’이라는 개념을 통해 관객에게 독특하고 철학적인 SF 경험을 제공합니다. 영화는 단순한 액션을 넘어 물리학, 특히 시간역학과 엔트로피에 대한 이론을 기반으로 한 고차원의 설정으로 주목받았습니다. 이 글에서는 테넷 속 시간 개념이 실제 이론물리학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영화가 제시한 물리 법칙의 과학적 타당성은 어떠한지,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인간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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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넷>으로 본 시간의 역행, 시간, 엔트로피

시간의 역행: 영화 속 ‘인버전’의 과학

테넷의 핵심 개념인 ‘시간의 역행(인버전)’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시간을 거꾸로 흐르게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영화 속 인물들은 ‘인버트된 객체’가 시간을 거슬러 움직이는 현실을 경험합니다. 이는 허구처럼 보이지만, 사실 물리학적으로 완전히 불가능한 개념은 아닙니다. 이 개념의 과학적 근거는 ‘엔트로피’에 있습니다.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르면, 우주의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하는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즉, 시스템은 점점 더 무질서한 상태로 진화합니다. 예를 들면 잃어버린 유리는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깨지지만, 스스로 복구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시간도 마찬가지로 이 엔트로피의 흐름에 따라 “과거에서 미래로” 간다고 여겨집니다. 그러나 물리학의 근본 방정식들 — 예컨대 뉴턴 역학, 양자역학, 심지어 상대성이론의 수식 — 은 대부분 시간이 앞뒤 어느 방향으로든 성립하는 대칭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양자역학의 기본 방정식(슈뢰딩거 방정식)은 시간에 대해 대칭적입니다. 이론적으로는 물리 법칙이 시간의 순방향이든 역방향이든 동일하게 작용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측정' 또는 '관측'이 개입될 때, 양자 시스템은 특정한 상태로 '붕괴'되며 시간의 방향성이 생깁니다. 다른 말로 하면 시간의 ‘방향’이 사실상 인간의 인지와 통계적 확률에 따라 정의된 것이며, 원리적으로 시간 역행도 수학적으로 가능한 영역이라는 의미입니다. 테넷은 이론적으로 가능한 개념을 극단적으로 확장하여, 엔트로피가 줄어드는 객체(인버트된 물체)가 과거로 이동한다는 설정을 시각적으로 구현해 냅니다. 

이론물리의 시선: 엔트로피와 시간의 화살

시간이 존재하는가? 시간은 흐르는가? 이 질문은 현대 이론물리학의 중심 주제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현재 물리학에서 시간은 독립적이고 절대적인 개념이 아니라, 관측자와 상황에 따라 다르게 인식됩니다. 영화 <테넷>이 다루는 ‘시간의 방향성’은 바로 ‘시간의 화살’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이는 열역학적, 심리학적, 우주론적 시간 화살로 나눌 수 있는데, 이 중 영화는 열역학적 시간 화살 — 즉 엔트로피 증가 방향 — 에 초점을 맞춥니다. 일반 상대성이론에서 시간은 공간과 결합된 4차원 시공간으로 설명되며, 빛의 속도에 따라 느려질 수 있고, 중력에 의해 왜곡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엔트로피 개념이 도입되면서 우리는 시간의 ‘진행 방향’을 통계적 현상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테넷 속 기술은 이 엔트로피 흐름을 역전시키는 것인데, 이론적으로는 미시세계(예: 양자역학)에서는 시간의 대칭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특정 조건 하에서는 과거로의 정보 흐름도 가능하다는 이론이 제기됩니다. 물론 현실에서 이를 구현하는 기술은 존재하지 않지만, 영화는 이 아이디어를 과학적으로 설득력 있게 각색하여, 엔트로피 감소가 곧 시간 역행이라는 개념을 직관적으로 표현해냅니다. SF적 상상력에 기반하여 만들어진 영화이지만, 물리학에서 시간 비대칭성과 엔트로피의 개념을 기반으로 한 창의적인 발상으로 나온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 인지와 시간: 이해의 한계와 철학적 메시지

테넷은 물리학적 장치뿐 아니라 인간이 시간과 현실을 어떻게 인지하는지에 대해서도 깊은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시간을 선형적으로 인식합니다 — 과거 → 현재 → 미래라는 직선 위에서 삶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시간의 이중 흐름을 통해 이러한 인식 구조를 완전히 뒤집습니다. 인버트된 사람과 정상 시간의 사람이 함께 존재하는 장면은 시간 개념이 얼마나 상대적이고 불완전한지를 시사합니다. 이는 마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시간과 공간의 절대성을 무너뜨린 것처럼, 우리의 인식도 물리적 실제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또한 테넷은 ‘미래가 과거에 영향을 준다’는 개념, 즉 인과관계의 역행까지 제시합니다. 이는 양자역학에서 논의되는 ‘역방향 인과성’ 개념과도 닮아 있으며, 결정론과 자유의지에 대한 철학적 질문으로 확장됩니다. 결국 영화는 단지 복잡한 SF 플롯을 구성한 것이 아니라, 시간이라는 추상 개념을 통해 인간 존재와 사고 방식, 과학적 한계에 대한 근본적인 사유를 유도합니다. 이 모든 요소가 영화의 진정한 깊이를 만들어냅니다. 어쩌면 우리 인간의 인지로는 알 수 없는 시간의 흐름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보고, 느끼는 모든 순간들이 전부가 아니며, 보이지 않는 다른 세계의 시간의 흐름이 있지는 않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봅니다. 

테넷은 시간과 인과성, 물리학과 철학이 복잡하게 얽힌 작품으로, 과학적 상상력과 이론적 근거가 절묘하게 결합된 영화입니다. 이 영화를 통해서 현실 세계에서 우리가 느끼는 시간과 공간이 전부가 아닌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 시간에 대해 다시 질문하고, 물리학적 세계관을 넓히는 계기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