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테슬라>(2020)는 일반적인 전기영화와 다르게, 전기공학자 니콜라 테슬라의 내면을 시적으로 조명하며 그의 파격적인 발명과 외로운 삶을 비추고 있습니다. 천재성과 고독, 상업성과 이상주의의 충돌 속에서 테슬라는 어떤 방식으로 현대 과학기술의 길을 열었을까요? 이 글에서는 영화 <테슬라>를 통해 전기공학의 본질, 발명가의 삶, 그리고 에디슨과의 대비를 중심으로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교류 전기의 혁명
니콜라 테슬라는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교류(AC) 시스템의 창시자로, 현대 전력망의 기반을 만든 인물입니다. 영화 속 테슬라는 자신의 머릿속에서 회로를 그릴 수 있는 시각적 상상력을 가진 인물로 그려지며, 에디슨이 주장하던 직류(DC)의 한계를 비판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합니다. 당시만 해도 교류는 위험하고 통제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테슬라는 철저한 과학적 원리와 실험을 통해 이를 입증해 나갔습니다. 테슬라와 에디슨의 대립은 '전류 전쟁'이라고 불리었습니다. 테슬라는 교류의 송전 효율성과 기술적 가능성을 믿고 전력 시스템을 설계했고, 반면에 에디슨은 직류의 안전성과 안정성을 강조하며 대중에게 적합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테슬라와 웨스팅하우스가 협력한 교류 시스템이 채택되면서 오늘날 대부분의 가정과 산업은 교류를 기반으로 한 전력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테슬라 그는 전기공학을 단순한 기술이 아닌, 에너지와 정보의 흐름으로 보았습니다. 이 점은 현대의 송전 시스템, 무선통신, 스마트 그리드 기술에까지 깊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영화에서 테슬라가 전기를 ‘우주의 언어’처럼 바라보는 장면은, 과학을 예술처럼 대했던 그의 철학을 잘 보여줍니다. 그의 발명은 지금도 전기공학의 가장 중요한 전환점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으며, 전기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과 분산 시스템의 근간이 되는 이론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에디슨과의 대립
테슬라와 에디슨의 갈등은 단순한 전류 방식의 차이만이 아닙니다. 에디슨은 직류 시스템을 통한 상업적 독점을 추구했던 반면, 테슬라는 인류 전체에 유익한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이상주의적 철학을 고수했습니다. 토머스 에디슨은 발명을 통한 제품화, 사업화에 능했던 인물입니다. 전구, 축음기, 영화 기술 등 다양한 발명을 특허화했고, 이를 사업으로 연결시키는 데 탁월했습니다. 반면에 테슬라는 무선 송전, 에너지 자유 공유 등 수익성과는 거리가 먼 기술들을 구상하며, 인류 전체를 위한 에너지 기술을 꿈꿨습니다. 상업적으로는 실패했지만, 그가 제시한 개념은 수십 년 후에 실현되고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이 둘의 대립을 상징적으로 그리면서, 과학기술이 단순히 누가 먼저 발명하느냐가 아니라, 누구를 위해 사용되느냐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테슬라는 경제적 이득보다는 기술 자체의 가능성에 매료되었고, 이는 투자자들과의 반복적인 갈등으로 이어졌습니다. 결국 그는 많은 특허를 포기하고, 여러 발명 아이디어들이 실현되지 못한 채 사장되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테슬라의 외로움과 고립은, 오늘날 창의적 기술 인재들이 자본과 제도 속에서 겪는 구조적 문제를 반영합니다. 과학이 기업의 이해관계 속에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장면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발명가의 삶
테슬라의 삶은 전기적 천재성을 인정받으면서도, 사회적 인정과는 거리가 먼 외로운 여정이었습니다. 테슬라는 성격상 매우 내성적이고, 사교성이 부족한 인물이었습니다. 에디슨과는 다르게 자신을 홍보하거나 정치적으로 행동하는 능력이 부족했으며, 이 때문에 여러 번 특허와 명예를 다른 사람에게 빼았겼습니다. 그는 뉴욕의 호텔방에서 혼자 지내며 비둘기와 교감했고, 점점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다가 1943년, 빈곤 속에서 사망합니다.
영화는 그의 내면을 몽환적이고 실험적인 연출로 표현하며, 그가 얼마나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갔는지를 보여줍니다. 테슬라는 사람보다 아이디어를 더 사랑했고, 실용성보다는 완전한 형태의 기술을 추구했습니다. 그는 무선 송전, 에너지 무선 전송, 지구 전체를 감싸는 전자파 네트워크 등 당대에는 실현 불가능한 비전을 품고 있었지만, 오늘날의 와이파이, IoT, 위성 통신 등의 기반이 되는 발상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대중과 소통하지 못했고, 결국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여러 실험은 역사 속에 잊히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테슬라의 모습은 우리에게 발명가의 고독, 그리고 기술을 이해받는 데 필요한 사회적 기반과 소통의 중요성을 일깨워줍니다. 천재란 단순히 머리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 세상과 연결되는 다리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점을 생각하게 합니다.
영화 <테슬라>는 단순한 전기공학자의 전기가 아니라, 천재성과 고립,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던 한 인물의 초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니콜라 테슬라는 현대 과학기술의 숨은 주역이며, 우리가 누리는 전기 문명의 많은 부분이 그의 상상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천재성은 당대 사회와 제대로 연결되지 못했고, 이는 지금도 반복되는 문제입니다. 이 영화를 통해 우리는 발명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발명이란 단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세상에 닿도록 하는 책임까지 함께 지는 일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